마라톤 대회 1주일 전 준비 — 테이퍼, 카보로딩, 전날 체크리스트와 레이스 중 보급
몇 달 동안 훈련을 마쳤다면 대회 1주일 전에는 더 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할 일은 덜 달리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거리가 줄면 불안해서 더 달리고 싶어지고, 카보로딩을 한다며 평소보다 과식하기도 하죠. 대회 1주일 전부터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챙길 것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대회 1주일 전: 거리를 줄이는 테이퍼
테이퍼(taper)는 대회 전에 훈련량을 줄여 쌓인 피로를 풀고, 근육에 에너지를 가득 채우는 기간입니다. 풀코스는 보통 대회 2~3주 전부터, 하프와 10km는 1~2주 전부터 시작해요.
| 시기 | 하는 일 |
|---|---|
| 대회 2~3주 전 | 장거리와 주간 거리를 평소의 60~80%로 |
| 대회 주 초반 | 이지런 5km 안팎, 대회 페이스로 1~2km만 짧게 |
| 대회 2~3일 전 | 가볍게 쉬거나 20~30분 조깅 |
| 대회 전날 | 휴식 또는 10~15분 가벼운 조깅 |
이 시기에 더 달려도 체력은 늘지 않습니다. 훈련 효과가 몸에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회 주의 훈련은 기록에 도움이 되기보다 피로만 남깁니다. 다리가 근질근질하더라도 계획보다 덜 달리세요. 대회 날짜에 맞춘 주차별 거리는 마라톤 훈련 계획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회 1~2일 전: 카보로딩
달리는 동안 근육은 글리코겐(몸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주된 연료로 씁니다. 그런데 근육에 저장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어서, 90분 넘게 달리면 바닥나기 시작해요. 풀코스 30km 무렵 갑자기 다리가 안 움직이는 ‘벽’이 바로 이 글리코겐이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카보로딩은 대회 전에 탄수화물을 평소보다 많이 먹어 이 저장고를 가득 채우는 방법입니다.
얼마나 먹어야 할까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등의 스포츠 영양 권고는 90분 이상 걸리는 경기 전 36~48시간 동안 체중 1kg당 하루 10~12g의 탄수화물을 먹도록 권합니다.
| 체중 | 하루 탄수화물 |
|---|---|
| 50kg | 500~600g |
| 60kg | 600~720g |
| 70kg | 700~840g |
햇반 한 공기(210g)의 탄수화물이 약 65~70g이니, 60kg인 사람이라면 밥만으로 채우려면 하루 아홉~열 공기에 이르는 양이에요. 그래서 실제로는 끼니마다 밥·면·빵·떡 같은 탄수화물 비중을 높이고, 바나나, 꿀, 스포츠음료, 주스처럼 부피가 작은 탄수화물을 간식으로 더하는 식으로 채웁니다. 10km 대회라면 카보로딩까지는 필요 없고 평소처럼 잘 먹으면 충분합니다.
카보로딩 할 때 주의할 점
- 반찬은 줄이고 탄수화물을 늘리기: 전체 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접시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 것입니다. 기름진 음식과 고기를 줄이면 소화도 편해요.
- 섬유질 줄이기: 현미, 잡곡, 생채소, 콩은 대회 직전에는 배에 가스가 차게 할 수 있습니다. 이틀 정도는 흰쌀밥, 흰빵처럼 소화가 쉬운 쪽을 고르세요.
- 새로운 음식은 금지: 평소 먹던 음식으로만 채우세요. 대회 전날 처음 먹어 본 음식에 배탈이 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 체중이 1~2kg 늘어도 정상: 글리코겐은 물과 함께 저장되기 때문에 카보로딩을 하면 체중이 늘어납니다. 살이 찐 게 아니라 연료를 채운 거예요.
- 예전에는 대회 1주일 전 탄수화물을 끊었다가 다시 먹는 방법도 썼지만, 지금은 끊는 단계 없이 대회 1~2일 전 탄수화물만 늘려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입니다.
대회 전날 체크리스트
전날 밤에 허둥대지 않도록 오후에 짐을 미리 싸 두세요.
- 배번표와 옷핀 (배번에 붙은 기록 칩 확인)
- 대회 때 입을 러닝복·양말·러닝화 (모두 훈련에서 신어 본 것)
- 에너지젤 (거리에 맞는 개수 + 여유 1개)
- 시계·휴대폰 충전, 이어폰
- 마찰 방지 크림이나 바셀린 (겨드랑이·허벅지·발가락)
- 출발 전에 입었다 버릴 헌 옷이나 비닐 우의 (추운 날)
- 대회장 가는 길과 짐 맡기는 시간 확인
전날 밤 긴장해서 잠을 설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대회 이틀 전날 밤에 충분히 자 두면 전날 잠을 조금 설쳐도 큰 영향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대회 당일 아침
- 출발 3~4시간 전에 아침 식사: 밥, 빵, 바나나, 떡처럼 평소 먹던 탄수화물 위주로 먹습니다. 스포츠 영양 권고는 출발 1~4시간 전 체중 1kg당 1~4g의 탄수화물을 권해요. 60kg이라면 출발 3시간 전 밥 한 공기 반에 바나나 하나 정도가 적당합니다.
- 출발 30분 전: 배가 고프면 에너지젤 하나나 바나나 반 개 정도를 먹고, 물을 몇 모금 마십니다.
- 화장실은 미리: 대회장 화장실은 줄이 깁니다. 출발 40~50분 전에 한 번 다녀오세요.
- 워밍업은 짧게: 풀코스라면 5~10분 가볍게 걷거나 조깅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레이스 중 보급: 언제, 얼마나
에너지젤
1시간 넘게 달리는 경기에서는 레이스 중에도 탄수화물을 보충해야 합니다. 스포츠 영양 권고는 1~2.5시간 경기는 시간당 30~60g, 그보다 긴 경기는 시간당 최대 90g을 권해요.
에너지젤 하나에는 보통 탄수화물이 20~25g 들어 있으니, 처음 마라톤을 뛴다면 출발 후 40~45분마다 하나씩을 기준으로 잡으면 됩니다. 풀코스 4시간 30분이라면 5~6개 정도예요. 젤은 급수대 바로 앞에서 먹고 물과 함께 넘기면 속이 편합니다. 반드시 장거리 훈련에서 미리 먹어 본 제품을 쓰세요.
물
물은 목이 마를 때 급수대마다 몇 모금씩 마시는 것이 기본입니다. 덥지 않은 날 급수대마다 컵 가득 마시면 오히려 혈액 속 나트륨이 묽어지는 저나트륨혈증이 올 수 있어요. 땀을 많이 흘리는 더운 날에는 물 대신 스포츠음료를 섞어 마시세요.
페이스는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
대회 날 컨디션이 좋으면 출발 직후 목표보다 빠르게 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아낀 1분은 후반에 10분이 되어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풀코스에서는 초반 과속이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이에요. 처음 5km는 목표 페이스보다 1km당 5~10초 느리게 출발하고, 30km 이후에도 여유가 있을 때 속도를 올리세요. 목표 기록에 맞는 5km 구간 통과 시간은 러닝 페이스 계산기에서 미리 뽑아 손목에 붙여 두면 좋습니다.
이 글의 영양 권고는 건강한 성인을 위한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당뇨병, 위장 질환 등 지병이 있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의사나 영양사와 상담하세요.
참고 자료
- Thomas DT, Erdman KA, Burke LM.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Joint Position Statement: Nutrition and Athletic Performance (2016)
- Burke LM 외. Carbohydrates for training and competition. Journal of Sports Sciences (2011)